시간, 마주 보며, 왈츠

2024년 6월 23일 일 오전 3:52

고요한 시간의 눈이 조롱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삶이 종잇장 구기듯 비정형적인 아픔으로 갈라질 때에도 시간은 무심해서 다시 봄이 왔다.
매일 내 곁에 있으면서도 한 번을 다정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하며 또다시 시간과 잠에 드는 밤이었고

꿈을 꿨다.
다 늙어버린 얼굴의 꿈.

피부 거죽은 고목나무 껍질처럼 까슬했고, 햇볕에 물든 검버섯이 이따금 한자리를 잡고 있었다. 얼굴에 패인 주름이 꼭 갈피끈처럼 깊었다. 한 줄을 비밀스레 열면 한 시절이 튕겨져 나올 것 같았다.

노인의 옆에도 시간이 있었다. 투명한 실로 짠 듯 고요한 눈이 서로 닮아있었다. 시간은 고통이 지나갈 길을 만들고, 행복을 추억할 발자국을 가만두며 곁을 지켰다. 노인이 느릿한 오후를 들이 쉰다. 찰나를 수놓던 시간이 따라 느긋해진다.

생명이 하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시간을 따라 3/4 박자의 왈츠를 추는 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중간 템포를 오해하는 일. 화해하는 일. 혼자서는 출 수 없는 영원한 춤을 추는 일.